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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순 - 양귀자

Aria Park 2023. 2. 28. 19:00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모순 1장 ‘생의 외침’은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해! 꼭 그래야만 해!"라는 안진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나는 인생에 내 생애를 다 걸었는지, 걸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할 틈도 없이 빠르게 이 소설에 몰입했고, 교감했다.

 

나는 소설책을 읽을 때, 읽으며 그들의 삶에 비판하고 공감할 때, 다 읽은 후 좋아하는 친구에게 줄거리를 얘기 할 때, 별안간 접어놓은 페이지를 다시 들춰볼 때, 그 순간은 잠시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태어난 해 여름에 쓰여진 이 책이, 소설을 바라보는 내 태도가 어떠한지 다시금 알려주었다. 작가보단 안진진에게 좀 더 감사하다.

 

p.22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서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p. 94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이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중략)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거야..."

 

p.173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7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 머릿속을 오고 가는 생각,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무엇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을까. 우리들 삶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 아버지가 자르쳐준 중요한 진리였어. 아버지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지. 자기 용량을 초과해버린 거야. 그러면 곤란하다는 것도 우리 아버지가 내개 남긴 교훈이고. 아버지는 다른 아버지들이 한평생 살고도 못 가르쳐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어. 그것으로 이미 우리 아버지는 자식한테 해줘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봐"

 

p.232

이모의 낭만성을 나무라는 것이 내게는 훨씬 더 쉽다. 그러나 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낭만성에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 없는 모순.

 

p.294

아마도, 우리는 영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헤어질 것이다. 왜 사랑하는 우리를 멀리하고 떠돌아야만 했는지 묻지도 못한채 나는 아버지와 헤어질 것이었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물려주고 싶었던 중요한 인생의 비밀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p.295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p. 296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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