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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독서]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Aria Park 2023. 4. 8. 01:06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책보다 더 재밌는 책을 또 찾을 수 있을까?

 

2월 초엔가 읽은 책인데 포스트잇 붙여놓은 부분만 다시 읽어보았다. 초반엔 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 때문에 몇차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끝까지 다 읽고나니 여운이 엄청났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보다 재밌다) 알랭 드 보통은 '좋은 작가 = 좋은 심리학자' 라고 말하며 심리적인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이 표현하는 인물의 심리상태와,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본 인간 관계의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며 나도 깨닫는 바가 많았다. 이 책은 뻔한 연애 소설도 아니고, 어려운 철학 소설도 아니다.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p.245

앨리스는 사는 데 도움을 주는 책만 가치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학식 있는 평론가들이 보기에 독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우를 그녀는 범했다 -책에서 뭔가 얻고 싶어한다는 것. 결국 독자는 아무것도 원하면 안 된다. 책은 목적이 있는게 아니니까- 진공청소기와 오일펌프에는 목적이 있지만, 예술은 예술 자체를 위한 게 아니던가?

 

p.253

물론 행복한 감상주의야 바람직하지만, 유쾌증을 태평하게 행복감과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행복한 영혼이 웃는 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몰이 아름답다거나 애인이 방금 전화를 걸었거나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쾌증에 사로잡힌 이들이 행복한 것은, 단지 그들이 불행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유연하게 통합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p.290

한 사람이 소크라테스에게, 어떤 사람이 여행을 하고도 전혀 성숙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데려갔거든요.'

 

p.318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을 빌리면,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개성이란 읽는 이와 쓰는 이 양쪽이 다 필요한 언어와 같다. 

 

p.323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어할 수 있는 것가지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

 

p.335

낭만주의 시대에 영혼의 개념이 감정과 연결되었다면, 감정은 곧 쾌감보다는 아픈 감정으로 통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강렬한 경험이라 하면, 행복해서 샤워를 하면서 휘파람을 불거나 정원에서 노래하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 영혼을 가진다는 것은 곧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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